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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질서 New Order>

한배곳 ‘스크린 베이스’ 수업 결과 전시


지난 봄학기 PaTI 한배곳에서 진행한 2~4학년 통합 수업 ‘스크린 베이스: 새로운 질서’의 결과물이 용산에 있는 대안공간, ‘아카이브 봄(archive bomm)’에서 대중과 만났습니다. 민구홍, 박찬신, 손아용 스승이 이끌고 김동하, 김보경, 김수연, 박소영, 박지현, 봄, 사라 케를로베우, 황이현, 총 8명의 배우미가 참여한 <새로운 질서 New Order> 전시는 8월 1일부터 15일까지 2주 간 열렸습니다.

배우미 별로 간단한 작업 소개를 해봅니다. 김동하의 ‘생일 축하합니다’는 대기화면에 이름과 생일을 입력하면 생일 선물과 축하 편지가 나타납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작은 배려와 애정에 감동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마음을 위로해주고 북돋는 내용의 편지가 무척 따듯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동하의 작업은 예상치 못한 깜짝 위로와 다름없었습니다. 김보경의 ‘양말의 방’은 방안 곳곳에 숨은 양말들을 찾아보는 작업입니다. 양말은 서랍 속에도 숨어있고, 책장에도 양말을 다룬 책들이 넘쳐납니다. 무엇보다 작은 화분을 계속 눌러보면 쑥쑥 커지다가 꽃이 피고 꽃이 지다 열매가 열리는데, 그 정체는 바로 양말입니다. 양말에 대한 깜찍한 생각이 돋보이는 작업이었습니다. 김수연의 ‘생명 연장 수단’은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처방을 내려줍니다. 70%, 50%, 30%, 긴급, 이렇게 네 가지 버튼이 있는데 각 버튼을 누르면 뽑기 기계에서 무작위로 색깔 공이 나옵니다. 긴급을 선택하면 주로 병리적인 치료를 권하고, 그 외에는 주로 맛있는 음식을 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박소영의 ‘일기생성기 / 일기박멸기’는 작년부터 불규칙하게 적은 소영의 일기장에서 추출한 문장을 목록화한 후, 자유롭게 선택해 나만의 감정이 실린 새로운 일기를 작성하고 출력까지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단어가 오묘하게 엮이면서 마치 시처럼 써지는 문장의 배열이 매력적인데, 일기장에 커서를 두면 문장이 흐릿해지면서 몽롱한 마음으로 기억을 ‘박멸’하듯 내용을 지울 수 있습니다. 박지현의 ‘유령의 정신 건강은 도움이 됩니다’는 유령을 통해 정신 상담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 유령은 다름 아닌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그 ‘유령’입니다. 해상도를 최대한 낮춰 흐릿한 음영이 된 영상 클립 위에 각 장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틀을 씌웠고, 유령의 노래와 속삭임, 분노와 슬픔이 깃든 영상들을 스크롤하며 우리의 뇌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봄의 ‘길 위의 소리들’은 도심 곳곳에서 열린 집회를 기록한 목소리를 색다른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아스팔트 도로를 배경으로 다양한 서체로 구별된 문장들이 왼쪽으로 흐르는데, 클릭하면 해당 문장과 관련된 실제 집회 현장의 음성이 들립니다. 페미니즘, 성 평등, 소수자 권리를 다룬 집회들이 참 많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면서 기성 뉴스가 다루지 않는 작은 움직임을 모아 관람객과 소통하는 느낌이 독특했습니다. 

황이현의 ‘파워 검색’은 마우스 커서가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 명도가 낮은 사각형 클립에 커서가 닿으면 조금씩 밝아지면서 정체를 드러내는데, 클릭하면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각종 여성 캐릭터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재생되며 그 출처가 함께 표기됩니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원령공주> 등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속 여성들이 성내고, 큰소리치는 모습을 모아보니 흔치 않은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라 케를로베우의 ‘플레이’는 다양한 비례의 직사각형이 주르륵 화면에 놓여있습니다. 처음 보면 이게 뭔가 싶지만 일단 하나 눌러보면 해당 도형과 연결된 유튜브 노래를 틀어줍니다. 사각형의 가로 폭은 재생 시간을 시각화한 결과로, 사라의 표현처럼 자신이 애정하는 노래에 대한 ‘유튜브 캐리커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합니다. 

많은 PaTI 스승과 배우미가 찾은 아카이브 봄 2층 전시장에는 아쉽게도 에이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냉방이 되는 3층의 <굿 나이트 플라이트 Good Night Flight> 전시장을 오고가며 더위도 식히고 다른 작업도 관람하는 기회가 만들어졌지요. 이번 전시 풍광은 ‘나씽스튜디오’가 멋지게 사진으로 남겨주었습니다.

 

2019 archive bomm X PaTI <새로운 질서 New Order> 

때: 2019.8.1-15, 12시-19시, 매주 월요일 휴관
곳: 아카이브 봄(서울시 용산구 백범로77길 24, 2F)

지도스승: 민구홍, 박찬신, 손아용
배우미:
김동하, 김보경, 김수연, 박소영, 박지현, 봄, 사라 케를로베우, 황이현
진행 보조: 박소영

공간: 최조훈
빛박이: 나씽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