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잔치 2015 책 벽돌

   

   

   

파주 출판도시 사람들은 책을 만든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나는 책에서부터 한 사람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마지막 책까지,
수많은 문자들이 출판도시 사람들에 의해 편집되고, 디자인되고, 인쇄된다.
한편 이곳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책이듯, 가장 많이 버려지는 것 또한 책이다.
잘못 인쇄된 책뿐 아니라 멀쩡한 책들도 여러 이유로 인해 버려진다.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는 수많은 문자들이 명멸하는 도시에서 버려지는 책들에 주목한다.
그들의 궤적을 추적하고, 출판도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문자의 의미가 사라지는 순간, 책으로서 정체성이 사라지고 온전히 그 무게로 가치가 매겨지는 과정에 개입한다.
이들을 모아 표지를 제거하고, 물에 불리고, 첨가제를 넣은 후 갈아서 반죽으로 만든다.
이 반죽을 다시 직접 제작한 틀에 넣고 말리면, 이윽고 하나의 벽돌이 만들어진다.
이 벽돌들은 사라진 문자들의 기념비일 수도, 그저 덤덤한 무덤일 수도, 혹은 한갓 벽돌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전시가 끝나면 벽돌들은 다시 출판도시로 옮겨지고,현재 건축 중인 파티 건물 벽의 일부가 되어 문자의 도시에서 사라진 책들의 기억을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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