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학기의 새로운 얼굴들 (1)

김범준, 박소림, 이건하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PaTI 가을 학기를 맞아 새로운 배우미들이 출현했습니다.
한배곳으로 편입한 박소림과 더배곳 진수 과정에 입학한 김범준, 이건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박소림  |  한배곳 2학년 편입

PaTI에 들어왔을 때 사실 ‘미로’라는 별명을 쓰고 싶었는데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아요. PaTI에 오기 전에는 영국에서 패션 공부를 했어요.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감내해야 하는데 비해, 제 삶이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교수님은 최고가 아니면 기억조차 하지 않을 거라고 대놓고 말했어요. 그래서 모두 작업을 할 때마다 무거운 압박감 속에서 고통스러워했죠. 이렇게 살다가 마치 악마가 되어버릴 것 같은 사람들과 지내는 게 너무 힘겨웠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힘든 시간을 끌고 가더라도 제 미래가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결정적으로 학업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전부터 PaTI를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가을학기 편입배우미 모집 공고를 발견하고 운명이란 생각에 지원했고 지금 이렇게 여기에 와있습니다. 사실 PaTI 마친배우미 중에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 있어요. 예전부터 그의 SNS를 통해 접한 PaTI는 다르게 보였고, 재미있어 보였고, 무엇보다 행복해 보였어요. 사실 큰 친분을 가지지 않아서 동창은 제가 여기에 온 지 몰라요. 혹 이 뉴스레터를 보고 알게 된다면 놀랄 수도 있겠네요.(웃음) 

PaTI는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는데요. 그래서 제가 수업을 따라가기보다는 수업을 이용해 내 것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어요. 쫓아 따라가려고 하면 항상 지치고 힘이 드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수업을 이용해야겠다, 이 수업이 날 따라오게 만들어야겠다 생각하면 작업을 해나가는 의욕이 달라지더라고요. 아직은 적응하느라 생각보다 더디지만 더 노력할래요. 

PaTI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좋아요. 제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요. 어쩌면 이럴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눈빛이 반짝거리고 목소리에 힘이 있어요. 제가 보고 배울 게 많을 것 같아서 멋진 기분입니다.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아직도 어디가 어딘지 헷갈리지만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좋은 영향을 나누고 싶어요. 

첫인상이 다가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하필이면 스스로 낯도 가려서 솔직히 걱정이 많이 돼요. 하지만 제 속마음은 말만 걸어주어도 영광입니다. 저는 전혀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에서 외쳐봅니다. 살면서 한 번 마주치기도 어려울 이 넓은 지구에서 이렇게 멋진 분들을 많이 만나서 무척 감사하고 기뻐요!

 

김범준  |  더배곳 진수과정

PaTI에 오기 전에는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어요. 그 이후에는 부동산 기획과 컨설팅 분야에서 쭉 일했지요. 오래전부터 그래픽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학위를 위한 공부보다는 스스로의 실력을 키우는 공부가 하고 싶었어요. 

여러 대안을 고민하던 중에 잡지에서 PaTI에 대한 기사를 발견했고 웹사이트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죠.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전무한 상태라고 판단했기에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 면에서 한배곳과 더배곳 구분 없이 자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진수 과정은 매력적이었죠. 

이번 학기에는 한배곳 위주로 신청했어요. 글꼴, 이미지와 그래픽, 타이포그라피, 지속 가능한 패키지, 글쓰기에서 저와 만날 수 있습니다. 더배곳의 경우 그래픽 디자인론 하나만 신청했는데 다음 학기에는 더배곳 위주로 들어볼 계획이에요. 이번 학기 과목이 계속 유지되면 좋겠는데, 웹과 모바일 관련 수업이 추가되면 금상첨화일 듯싶어요. 

낯을 가리지만 저, 무서운 사람은 아니에요.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자극받을 수 있는 좋은 친구, 같은 업역에서 일하는 좋은 동료를 얻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이건하  |  더배곳 진수과정

저는 타이포그라피를 기반으로 인쇄물에 초점을 두고 작업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랍니다. 대학원 졸업 후 교수님 회사에서 잠시 머무르다 출판사에서 일했고, 독립해서 개인 스튜디오를 꾸리고 있어요. 원래 서울에 있었는데 이번 PaTI 입학을 계기로 작업실 겸 거처를 파주로 옮겨버렸습니다. PaTI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오래전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다만 대학원 졸업 후에도 PaTI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남아서 페이스북과 웹사이트를 통해 근황을 살펴보곤 했죠. PaTI 마친배우미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진수 과정은 일반 대학과 달리 그 시스템이 자유롭고 다양해요. 그래서 1년이라는 기간에 연연하지 않고 한배곳과 더배곳 과정을 모두 경험하는 게 현재 저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이 섰어요. PaTI에서의 배움을 통해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역량을 키우고 싶습니다. ‘왜?’라는 질문과 의심을 던지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과감히 판단하고 결정하는 단계로 접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요. 이번 학기에는 한배곳에서 글꼴, 편집 디자인, 포스터 디자인, 훈민정음 디자인론, 더배곳에서 타이포그라피 워크숍, 편집 디자인, 글쓰기까지 총 7개의 수업을 듣습니다. 몇몇 수업의 경우 매주 진행되지는 않아서 적당하게 시간표를 짠 것 같아요. 

참, 수업과 관련해서 건의 사항이 있어요. 다음 학기에 세무 관련 수업이 하나쯤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예나 지금이나 세무사 없이 어떤 일을 처리할 때 골치 아플 때가 참 많아요. 꼭 세무와 직결되지 않더라도 기관에서 의뢰한 작업을 맡았을 때 요구하는 관련 서류는 어떻게 작성하는지, 부당한 대우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요. 요즘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관련 기관에 문의하면 답을 얻을 순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매우 번거롭고 어렵네요. 짧은 워크숍 형태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여러 스승과 배우미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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